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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 봄학기 청소년 인문학 강좌
작성자
인문학연구원
작성일
2023.08.06
최종수정일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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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내용

2016년 봄 학기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청소년 인문학강좌

<문자의 미래 >

 

‘문자’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많이 익숙하다.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 ‘문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주고받는 ‘문자’는 교과서나 신문과 같은 인쇄물에 사용된 ‘문자’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문자’ 이외에, ^^, ㅠㅠ, ~, 와 같은 이모티콘으로 불리는 다양한 부호도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이런 부호를 거부감 없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이 부호들을 ‘문자’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누군가 여러분에게 한글의 자음, 모음을 읽듯이 이 부호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눈웃음”이 ^^의 소리 또는 발음에 해당될 수 있을까? (^^)

 

사실, 이런 이모티콘을 사용한 문자 문화는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보급되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가 상당히 짧다. 그렇다면 5년 뒤, 10년 뒤에 우리는, 그리고 50년, 100년 뒤에 우리 후손들은 과연 어떤 ‘문자’를 사용할까? 이모티콘으로 쉽게 예시되는 디지털 문자 문화는 날로 빠르게 진화하고 그 양도 방대해서 편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너무 “편하게” 생각한 나머지, 아니면 그 속도를 쫓아가느라고 너무 서두른 나머지 상대방에게 실수나 결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적인 차원에서 볼 때, 디지털 문자 문화는 그 빠른 속도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서, 좋은 의미에서건 바쁜 의미에서건, 짧은 시간 안에 여론과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마도 앞으로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마련한 이번 <청소년 인문학강좌>에서는 <문자의 미래>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보고 상상해 보고자 한다. <청소년 인문학강좌>가 벌써 네 번째 봄을 맞았다.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 강좌도 고교생 여러분에게 유익한 배움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읽는 문자, 보는 문자

담당 교수: 연 규 동(인문학연구원)

 

유명한 언어학자 소쉬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자를 흰색으로 쓰든 검은색으로 쓰든, 음각으로 쓰건, 양각으로 쓰건, 펜으로 쓰든 끌로 파든, 그것은 의미 작용에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 사실, 인간의 의사소통은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이므로, 문자의 존재 이유가 언어를 표상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소쉬르의 이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매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음성으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더불어, 문자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도 역시 중요하게 되었다.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옥스퍼드 사전이  (즉, 그림문자)를 2015년의 단어로 선정한 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새로운 ‘문자 문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 강의에서는 문자가 텍스트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활용됨으로써 언어의 선형성을 뛰어넘는 문자의 특징이 있으며, 언어로는 줄 수 없는 의미 정보가 문자의 가시적인 특징을 통하여 추가될 수 있음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이로써 ‘문자의 미래’를 함께 예측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디지털로 보는 세상, 디지털로 만드는 세상

담당 교수: 김 양 은 (건국대 연구교수)

 

디지털 기술은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손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람들이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지하철을 탈 때도 몇 번째 칸에 타야 환승이 잘되는지를 확인한다. 지금 무엇을 먹고,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하고 소통한다.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아니라, 내가 그리고 친구가 만든 수많은 콘텐츠들이 인터넷 세상엔 흘러넘친다. 내가 누르는 ‘좋아요’는 때로는 돈이 되고, 때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생활의 편리함과 수많은 정보 속에서 간혹 길을 잃고 있지는 않는가? 디지털 기술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까? 기술이 사회를 지배 할수록 우리들은 기술 사회의 주인이 바로 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를 주인이 되어 열어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소위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조그만 움직임도 정보가 되는 시대에 이들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능력, 그리고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 이 모든 것들이 디지털 리터러시에 포함된다. 디지털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가를 인지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성찰 할 수 있는 능력,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든 것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에 해당한다.

 

또한 내가 살고 싶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세상에도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디지털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가치와 윤리들이 존재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며,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이 강의에서는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위키피디아와 집단지성

담당 교수: 정 승 화(인문학연구원)

 

2001년 1월 15일에 출범한 위키피디아는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내용을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는 ‘위키(wiki)’라는 공개된 프로그램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자발적 참여와 대규모의 공동 작업을 통해 생산된 지식을 무상으로 공유하는 위키피디아는 학자나 전문가에 의해 독점적으로 생산되었던 지식에 비해 더 민주적이고 탈권위적인 지식의 생산과 활용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편집 정책과 운영 방식, 참여자들의 편중으로 인해 서구중심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지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집단지성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에 지식이 생산되는 방식과 지식의 가치와 의미를 평가하는 기준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바람직한 지성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디지털 코드와 문자

담당 교수: 유 현 주 (독어독문학과)

 

문자의 형태가 언제나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며, 문자가 저장되는 방식이나 재현되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것은 문자라는 것이 고정되어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서 항상 그 모습을 달리하며 변화해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먼 과거의 크고 작은 돌이나 진흙 판에 여러 가지 도구로 새겼던 문자는, 그 후 서양의 양피지와 동양의 두루마리 천에 잉크나 먹으로 쓰여 졌다. 그 후 종이가 등장하고, 결정적으로 인쇄기의 발명되면서 지금처럼 책으로 찍혀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는 글자만을 문자라고 보았던 시기는 전체 역사를 통틀어 보면 그리 오랜 기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문자는 우리 시대의 매체 전환기와 함께 새로운 매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시대에 책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조건으로 문자를 만나게 된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90년대에 급속도로 확산된 디지털 매체를 면밀히 살펴보면, 컴퓨터 코드라는 일종의 문자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흰 텍스트 위에 검은색 문자로 표기된 아스키코드로부터 월드와이드웹을 구성하는 하이퍼텍스트까지, 새로운 컴퓨터 문화는 처음부터 그 내부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문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던 90년대에는 디지털 세상을 ‘방대한 도서관’ 혹은 ‘끝나지 않는 책’ 등의 은유를 사용하여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메일, 채팅, 이모티콘 등 주로 문자를 사용해 소통한다는 사실에 문자의 부흥을 기대하기도 했다.

 

여기서 생겨나는 중요한 질문은 과연 우리는 컴퓨터 코드를 문자로 인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문자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문자 자체의 성격도 바뀌게 되었다. 입 밖에 내자마자 사라지는 말을 붙잡기 위한 것이 과거의 문자였다면, 미래의 문자는 더 이상 말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자는 반드시 인간의 말을 기록한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탈피하면서 문자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주어지게 된다. 이제 문자는 훨씬 더 많은 의미 있는 것들을 포괄하게 된다. 이 강의에서는 새로운 매체의 발전과 함께 달라진 문자의 미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러한 미래의 문자가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견인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